
도시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언제든 살 수 있지만, 섬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EBS **'길 위의 인생 - 권씨네 만물트럭'**은 200리 바닷길을 오가며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권씨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다큐입니다.
권씨 부부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물론 채소와 과일, 생선, 고기 같은 신선식품까지 직접 구입해야 합니다. 물건 종류도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트럭에 하나하나 싣고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장사가 시작됩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주문 전화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간장 하나 가져다 주세요.", "혈압약 대신 파스 좀 사다 주세요.", "손주가 온다는데 과자도 부탁해요." 전화가 오면 모두 메모해 두었다가 빠짐없이 준비합니다. 권씨 부부에게는 쉬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섬에 도착해서도 바쁩니다. 물건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집까지 직접 찾아가 물건을 전해드립니다. 안부도 묻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도 살핍니다. 그래서 만물트럭은 이동식 슈퍼이면서 동시에 섬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집은 정리할 시간도 없습니다. 집 안에는 물건이 쌓여 있고,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늘 주민들의 생활이 먼저이고 자신의 삶은 뒤로 미루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다큐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트럭 화재 사고였습니다. 권씨 부부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만물트럭이 불에 타버렸을 때였습니다. 막막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한 손님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계좌번호 불러줘. 내가 천만 원 보내줄게."
평소 권씨 부부에게 도움을 받았던 손님이 선뜻 건넨 말이었습니다. 물건만 판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겼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진심은 결국 다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도 섬 지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은 마트 하나 없는 섬도 적지 않아 이동식 만물트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더욱 필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다큐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부지런함보다 더 큰 힘은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권씨 부부는 돈을 벌기 위해 달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도 어려운 순간 가장 먼저 권씨 부부를 도우려 했던 것입니다.
세상에는 화려한 성공보다 더 값진 삶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평생 쌓아온 신뢰가 가장 큰 재산이라는 사실을 **'권씨네 만물트럭'**은 따뜻하게 보여준 다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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