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최남단 마라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푸른 바다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음식은 바로 자장면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왜 섬에서 자장면이 유명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다시 본 **KBS 인간극장 「해녀와 자장면」**을 보면서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방송은 마라도에서 해녀와 자장면집 사장,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재연 씨의 하루를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마라도에는 왜 자장면집이 많을까?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1~2시간 정도 머문 뒤 다시 배를 타고 나갑니다.
머무는 시간이 짧다 보니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습니다.
주문하면 금방 나오는 자장면과 짬뽕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적합한 음식이었고, 점차 마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잡은 전복과 소라를 넣은 해물짜장과 해물짬뽕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 척의 배가 들어오면 수백 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몰리기 때문에 식당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됩니다.
새벽에는 해녀였습니다
재연 씨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바다에 들어가 전복과 소라, 해삼을 채취합니다.
마라도에서 태어나 해녀였던 어머니와 할머니를 보며 자란 그녀에게 물질은 자연스러운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물질을 마쳤다고 하루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송 내내 뛰어다니던 이유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젖은 몸을 대충 말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 식당으로 달려갑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재연 씨는 계속 뛰어다닙니다.
주방으로 뛰고,
홀로 뛰고,
손님에게 음식을 나르기 위해 또 뛰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까지 뛰어다닐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배가 들어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관광객은 짧은 시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잠깐만 늦어도 손님을 놓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 종일 시간을 쫓으며 뛰어다녔습니다.
식당이 끝나면 엄마가 됩니다
손님이 모두 돌아가고 식당 문을 닫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아이들 밥을 챙기고,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아침에는 해녀,
낮에는 자장면집 사장,
저녁에는 엄마.
하루에도 세 번 인생이 바뀌는 삶이었습니다.
자연이 생계를 결정하는 섬
마라도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하루 수입을 결정합니다.
파도가 높으면 바다에 들어갈 수 없고,
기상이 나쁘면 배가 끊겨 관광객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해녀 일도 못 하고 식당도 한산해집니다.
그래서 섬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의 시간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근황
방송 이후 재연 씨는 제주 해녀로 활동을 이어가며 해녀 문화 보전과 홍보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배 해녀 양성과 해양환경 교육, 해녀 문화 행사에도 참여하며 제주 해녀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큐를 보며 든 생각
이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성공이나 돈이 아니었습니다.
재연 씨는 하루 종일 뛰어다녔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뛰었습니다.
바다에서 식당으로,
식당에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모두 가족에게 내어주었습니다.
방송을 보다 보니 그녀가 뛰는 모습이 바빠 보여서가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쉴 틈 없이 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무리
**KBS 인간극장 「해녀와 자장면」**은 마라도의 명물인 자장면을 소개하는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한 여성이 해녀와 식당 사장, 그리고 엄마라는 세 가지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며 살아가는 삶의 기록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바쁜 삶을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연 씨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뛰어다닐 수 있는 삶도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도 마라도 어딘가에서는 바다를 품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식당에서는 따뜻한 자장면 한 그릇이 손님들에게 건네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평범한 하루가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는 다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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