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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기행 을지로 노포기행, 57년 국수집이 전한 오래된 골목의 온기

lifearchive2026 2026. 6. 29. 10:18

최근 유튜브 골라듄다큐에서 「12시 되면 근처 아저씨들 전부 온다. 을지로 골목길 57년째 장사 중인 숨은 맛집」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된 국수집을 소개하는 먹방 영상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니 국수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을지로 골목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 영상은 EBS 한국기행 「노포기행 5부, 을지로 그 오랜 골목엔」을 바탕으로 제작된 콘텐츠였습니다. 방송은 특정 맛집을 홍보하기보다 수십 년 동안 을지로 골목을 지켜온 노포와 그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상 속 국수집의 상호와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공개된 영상 설명과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가게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BS는 일부 노포의 경우 촬영 이후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영업에 부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방송도 같은 취지로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 속 국수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낡은 간판과 오래된 식탁, 단출한 메뉴뿐이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근 공구상가와 인쇄소, 철공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금세 자리가 가득 찹니다.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서로 안부를 묻고 웃으며 오후 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오래된 골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었습니다.
을지로는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던 곳입니다. 인쇄소와 철공소, 공구상가와 조명거리가 밀집해 있었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이 골목에서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을지로의 노포는 단순히 밥을 먹는 식당이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풀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이자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최근 을지로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카페와 공방, 와인바 등이 들어서면서 '힙지로'라는 이름으로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임대료 상승과 재개발로 오래된 노포와 공방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골목 안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여전히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하는 노포들이 남아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맛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골목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다큐를 보며 저 역시 예전이 떠올랐습니다. 평촌 학원가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에도, 미용실에서 일하던 때에도, 병원과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던 때에도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싼 음식보다 국수 한 그릇, 백반 한 상을 앞에 두고 동료들과 잠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다큐를 보며 다시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찾는 식당은 화려해서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맛과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을지로 골목의 국수 한 그릇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장인들과 직장인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언젠가 을지로를 다시 찾게 된다면 SNS에서 유명한 맛집보다 골목 안 오래된 국수집에 먼저 들러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먹으며,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오랜 시간을 천천히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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