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간극장에는 시간이 흘러도 오래 기억되는 가족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2015년 방송된 **'아버지의 도넛'**입니다.
경주 오일장을 돌며 어묵과 떡볶이, 즉석 도넛을 팔던 가족의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지켜온 삶의 무게를 담아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방송에 등장한 아버지는 위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일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생활 끝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가족들은 큰 슬픔을 맞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오공임 씨는 홀로 장사를 이어가야 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던 남매 박옥경 씨와 박근철 씨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선물
아버지가 남긴 것은 28년 동안 만들어 온 도넛 레시피였습니다.
하지만 노트에는 재료의 배합만 적혀 있었을 뿐, 가장 중요한 손맛과 반죽의 감각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쉬는 날마다 아버지의 노트를 펼쳐 놓고 여러 번 반죽을 만들며 조금씩 그 맛을 찾아갔습니다.
도넛 하나에도 아버지의 시간을 이어가려는 가족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
방송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연로한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충격을 받을까 걱정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쉽게 전하지 못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슬픔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직접 찾아간 경주 불국장
시간이 흐른 뒤 저도 경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침 장날이라 일부러 불국장을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인간극장에서 보았던 **'옥경이 도넛'**은 여전히 장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방송 당시 사용했던 현수막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어머니 역시 예전처럼 일을 도우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계셨습니다.
도넛과 꽈배기, 어묵, 떡볶이를 판매하는 모습은 방송 속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맛집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만났던 가족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습니다.
사람이 남기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도넛을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돈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도 남기는 것 같습니다.
28년 동안 쌓아온 기술.
시장 사람들과 맺은 인연.
그리고 가족이 이어가는 삶.
아버지는 떠났지만 아버지가 만든 도넛은 남았고, 가족들은 그 손맛을 이어 오늘도 장터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이야기가 더 마음에 남습니다.
화려한 성공보다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래서 인간극장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경주를 찾게 된다면 저도 또 한 번 불국장에 들러 따뜻한 도넛 하나를 사 먹으며, 그 가족이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조용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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